LK-99: 전 세계가 낚인 상온 초전도체
이석배와 김지훈 — 두 연구자는 1999년부터 무려 24년을 한 가지 물질에 매달렸습니다. 그들이 이끈 퀀텀에너지연구소가 2023년 7월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만들었다"고 발표하자 전 세계가 들썩였습니다. 물질의 이름은 LK-99. LK는 두 사람의 성(Lee·Kim)에서, 99는 연구를 시작한 1999년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초전도체는 왜 '물리학의 성배'인가
초전도체란 전기 저항이 완전히 0이 되는 물질입니다. 1911년 네덜란드의 카메를링 오네스가 영하 269도까지 식힌 수은에서 처음 발견했죠. 자석을 밀어내 공중에 뜨는 마이스너 효과도 초전도체의 얼굴입니다. 문제는 온도였습니다. 여태껏 초전도체는 극저온에서만 작동했기에, 상온 초전도체가 실현되면 전 세계 전력의 약 8%가 열로 사라지는 송전 손실이 없어지고 자기부상열차와 핵융합 발전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100년 넘게 이 꿈을 좇아왔습니다.
두 편의 논문과 반쯤 뜬 돌
2023년 7월 22일 토요일 아침,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두 편의 논문이 올라왔습니다. 재료는 납·구리·인·산소처럼 흔한 원소들이었고, 만드는 법까지 논문에 공개돼 있었습니다. 납 화합물인 래너카이트와 구리인화물을 섞어 925도의 진공 가마에서 열 시간 굽는 방식이었습니다. 납 인회석이라는 광물 결정에 구리를 박아넣어 만든 회색 덩어리 — 거대 가속기도, 수백억짜리 장비도 필요 없었습니다. 근거는 두 가지였습니다. 자석 위에서 한쪽이 들려 비스듬히 뜬 회색 돌의 영상, 그리고 섭씨 104.8도에서 전기 저항이 급격히 떨어지는 그래프였습니다. 그런데 두 논문은 저자 명단부터 달랐고, 결정적인 데이터가 빠져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사전 공개본이 성급하게 세상에 나온 것이었죠.
주말이 되자 중국 화중과기대,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인도 연구팀까지 전 세계 연구실이 재현 실험에 뛰어들었고, 국내에서는 관련 주가가 며칠 새 네 배 넘게 뛰었습니다. 초전도 선재 업체 서남의 주가는 일주일 만에 2,980원에서 12,610원으로 올랐고, 급등이 너무 심해 하루는 거래가 정지되기까지 했습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에 간접 투자한 신성델타테크는 한 달 새 394%나 올랐습니다. 일부 팀이 부분적인 부상을 재현했다고 보고하면서 희망은 더 커졌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인 완전한 제로 저항과 완전한 마이스너 효과는 끝내 어느 연구실에서도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반전 — 범인은 '불순물'이었다
시료를 정밀 분석하자 수상한 불순물이 나왔습니다. 황화구리입니다. 이 물질은 섭씨 104.8도 근처에서 구조가 바뀌는 상전이를 일으키며 전기 저항이 뚝 떨어집니다. 논문이 '초전도 전이'라고 주장한 바로 그 온도였습니다. 황화구리의 상전이는 교과서에도 나오는 잘 알려진 현상이었습니다. 반쯤 뜬 돌 역시, 자석에 달라붙는 철 성분 불순물이 섞여 있으면 비슷하게 보일 수 있었습니다. 8월 14일,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황이 섞일 틈을 없앤 특수한 성장법으로 불순물 없는 순수한 LK-99 단결정을 만들어냈고, 결과는 투명한 보라색 결정 — 전기 저항이 수백만 옴에 이르는 부도체였습니다. 초전도체의 정반대였죠. 분말 시료는 불순물이 숨어들 틈이 많지만, 단결정은 물질의 진짜 얼굴을 보여준 것입니다. 8월 16일 과학지 네이처는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라고 선언했고, 12월 13일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도 "상온 상압 초전도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는 최종 보고서를 냈습니다. 검증위는 연구소가 약속과 달리 시료를 보내주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소동이 남긴 것
이 연구진이 의도적으로 속인 것인지, 스스로 굳게 믿었던 것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습니다. 사기꾼이 24년을 한 우물만 파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인류가 상온 초전도체를 너무나 간절히 원했기에, 반쯤 뜬 돌을 보며 보고 싶은 것만 봤다는 사실입니다. 믿고 싶은 것만 보고 의심스러운 것은 외면하는 확증 편향에, 모두가 뛰어드니 나만 빠질 수 없다는 동조 심리와 논문이 주는 권위에 대한 믿음까지 겹쳤습니다. 박사도, 투자자도, 노벨상 심사위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간절할수록 한 걸음 물러서 의심해 보는 힘 — 그 검증의 절차가 과학을 과학으로 만드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언젠가 진짜 상온 초전도체가 나오는 날이 오면, 우리는 이 한여름의 소동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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